오바마-카스트로, 88년 만에 정상회담…"금수해제·관타나모반환"vs"정치민주화"

입력 2016-03-22 06:34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라울 카스트로 쿠바 국가평의회 의장이 21일(현지시간) 쿠바의 수도 아바나에서 역사적인 정상회담을 했다.

미국 대통령이 쿠바를 방문해 정상회담을 하는 것은 88년 만에 이뤄지는 것으로, 반세기 넘게 이어져 온 냉전적 대립관계를 청산하고 새로운 실용주의적 관계로 전환해나가는 국교정상화의 대미를 장식하는 상징적 의미가 큰 것으로 평가된다.

두 정상은 그러나 과거 대(對) 쿠바 봉쇄정책의 핵심인 금수조치 해제와 관타나모 미 해군기지 반환, 쿠바의 정치 민주화와 인권문제를 놓고 입장차를 좁히는 데는 실패했다.

오바마 대통령과 카스트로 의장은 이날 아바나 혁명궁전에서 두 시간 넘게 정상회담을 한 뒤 공동 기자회견을 열어 과거의 적대 관계를 청산하고 새로운 화해의 시대로 나아가자는데에는 인식을 같이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스페인어를 써가며 "오늘은 양국 관계에 새로운 날(nuevo dia)"이라며 "쿠바의 운명은 다른 나라가 아니라 쿠바인들에 의해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카스트로 의장은 "미국과 쿠바 사이에는 현격한 차이가 존재한다"면서도 미국의 장거리 여성 수영선수 다이애나 니아드(64)가 2013년 쿠바 아바나에서 플로리다까지 상어보호장치 없이 해협을 횡단한 사례를 거론하고는 "그녀가 할 수 있다면 우리도 ?수 있다"며 관계 정상화에 대한 강한 의지를 표명했다.

그러나 두 정상은 양국 관계 정상화의 걸림돌이 되는 몇몇 주요 현안을 놓고는 현격한 입장차를 드러냈다.

카스트로 의장은 "오바마 대통령이 대쿠바 봉쇄정책을 해제한 것을 지지한다"면서 "그러나 대쿠바 금수조치와 관타나모 미 해군기지가 미국과 쿠바 관계 정상화의 걸림돌로 남아있다"고 지적했다.

카스트로 의장은 이어 "오바마 행정부가 무역과 여행에 대한 규제를 완화한 것은 긍정적이지만 불충분하다"며 금수 조치의 조속한 해제를 촉구했다.

또 미국이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는 관타나모 미 해군기지 반환문제를 다시 거론하며 "관계 정상화를 위해 필수적"이라며 "봉쇄정책이 그대로 남아있는 것이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오바마 대통령은 "금수조치는 종료될 것이지만 정확히 언제 끝날지는 예측하기 어렵다"며 "금수조치는 미국과 쿠바인들에 이익이 되지 않기 때문에 일정 시점에서 종료될 것"이라고 말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특히 행정명령으로 내려진 제재 조치는 대폭 해제됐다고 밝혔으나, 대부분의 경제·무역 제재를 해제하는 권한은 공화당이 장악한 미국 의회가 쥐고 있다고 설명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대선이 치러지는 해여서 내가 기대하는 것만큼 의회가 생산적이지 않다"며 "그러나 쿠바를 여행하는 의원들의 숫자가 늘고 있어 금수조치 해제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오바마 대통령은 그러면서 "미국 의회가 얼마나 빨리 금수조치를 해제怒測?쿠바 정부가 인권문제에 대한 우려를 어떻게 해소하느냐에 달려있다"고 주장했다.

이날 정상회담에서 오바마 대통령은 카스트로 의장에게 쿠바의 인권과 정치 민주화 문제를 정식으로 거론했다고 밝혔다.

오 바마 대통령은 "카스트로 의장의 개방 정신을 높이 평가한다"고 추켜세운 뒤 "오늘 회담에서 쿠바의 민주주의와 인권문제를 놓고 허심탄회한 논의를 했다"면서 "미국 정부는 쿠바의 민주주의와 인권개선을 위해 계속 목소리를 높여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카스트로 의장은 기자 회견의 질의응답 과정에서 "만일 쿠바에 정치범이 있다면 명단을 제시해보라"며 쿠바에 정치범이 존재한다는 사실 자체를 부인했다.

카스트로 의장은 "만일 정치범 명단을 제시한다면 나는 오늘 밤 안으로 석방할 것"이라며 "우리는 인권과 관련한 정치적 조작에 반대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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